스노우피크의 추락, 고급 캠핑 시장의 거인이 흔들리는 이유

 

 

일본의 프리미엄 아웃도어 브랜드 스노우피크(Snow Peak)가 최근 실적 악화와 브랜드 위상 하락이라는 복합적인 위기에 직면했다. 1958년 일본 니가타현에서 설립된 스노우피크는 고급 캠핑 장비와 의류를 중심으로 성장해온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일본 내수 시장은 물론 한국, 중국, 미국 등지에서도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해왔다. 세련된 디자인과 뛰어난 내구성을 앞세운 고급 제품 전략을 통해 캠핑 시장의 트렌드를 선도하며 ‘감성 캠핑’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했으나, 최근 이러한 전략이 오히려 부메랑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023년 이후 스노우피크는 실적 측면에서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24년 기준 연결 재무제표에 따르면 매출은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으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 같은 수익성 악화의 배경에는 과도한 해외 확장에 따른 고정비 증가, 늘어나는 재고 부담, 법인 관리 비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스노우피크가 직면한 위기는 단순한 수치상의 실적 부진을 넘어, 근본적인 경영 전략의 한계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팬데믹 기간 동안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캠핑 수요에 힘입어 스노우피크는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군을 앞세워 빠르게 외형을 확대했지만, 이후 수요가 급격히 둔화되면서 이 전략은 한계를 드러냈다. 특히 고급 제품 일변도의 라인업은 경기 불확실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고급화 전략의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 시장에서의 확장 전략 역시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쳤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시장에서 직영점과 법인을 통한 확장을 시도했으나, 현지화 전략 부재와 매장 운영 효율성 부족으로 인해 투자 대비 성과가 미미한 상황이다. 스노우피크의 재무구조는 더욱 취약해졌고, 브랜드 관리 역시 어려워지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경영 내부의 문제도 위기를 가속화하고 있다. 창업가 가문의 3세대 경영자인 야마이 리사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으며,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조직 개편이나 경영 혁신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디지털 전환, 인사 시스템 개편, 리테일 구조 개선 등 현대적인 경영 시스템의 도입이 미흡하다는 점은 중장기적으로 치명적인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외부 환경의 변화 역시 스노우피크를 압박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일본 국내의 소비 심리 위축으로 고급 아웃도어 제품에 대한 수요가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노르디스크, 헬리녹스, 데카트론 등 다양한 경쟁 브랜드들이 시장에 진입하면서 프리미엄 아웃도어 시장 내 경쟁도 더욱 치열해졌다.

 

한때 ‘캠핑계의 애플’로 불리며 독보적인 충성도를 자랑했던 스노우피크는 최근 들어 소비자들 사이에서 ‘가격 대비 성능이 낮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온라인 리뷰와 커뮤니티에서는 “감성에만 치중된 브랜드”, “실제 사용성 대비 지나치게 높은 가격”이라는 지적이 빈번히 제기되며, 브랜드의 프리미엄 이미지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실정이다.

 

스노우피크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략적 전환이 불가피하다. 우선 제품 라인업 재구성을 통해 기존 프리미엄 제품군을 유지하면서도 중간 가격대의 합리적인 제품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보다 폭넓은 소비층과 접점을 확대하고, 수익성 개선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해외 사업에 대해서도 구조조정이 요구된다. 수익성이 낮은 매장을 과감히 정리하고, 직영보다는 지역 파트너십 및 온라인 채널 중심의 유통 전략으로 전환함으로써 비용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조직 문화의 유연성 확보, 리더십의 쇄신, 디지털 전환 등 실질적인 경영 혁신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브랜드 포지셔닝 전략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스노우피크가 지향하는 ‘자연 속에서의 삶의 질 향상(Life Value in Nature)’이라는 철학을 유지하되, 소비자 일상의 언어로 풀어내고, 보다 현실적이고 공감할 수 있는 브랜드 스토리를 재정립해야 한다.

 

스노우피크의 위기는 단기적인 외부 환경 요인에 의한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경영 전략의 한계와 브랜드 고착화로 인한 결과다. 단순한 비용 절감이나 매장 정리 차원의 대응으로는 충분치 않으며, 전사적인 브랜드 재설계와 경영 혁신이 절실하다. 스노우피크만의 과제가 아니라, 글로벌 아웃도어 산업이 직면하고 있는 패러다임 변화의 일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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